컴퓨터 게임 세상

2007-01-29

언인스톨을 숨겨 놓는 넥슨의 속셈은?

컴퓨터를 정리하려고 그동안 데스크탑에 깔려 있는 오래된 온라인 게임들을 지우려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지워 나가다가 넥슨의 게임을 지우려고 했지요. 그런데 요상하게도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아이콘이 하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uninstall / 제거" 항목이죠.

(게임 제거 항목이 보이지 않는 넥슨의 프로그램 폴더)

넥슨이라는 회사는 정말 돈 잘벌기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현재 국내 온라인 FPS 의 최강자는 서든어택이지만, 워록의 경우 (접속자수가 서든어택에 못미침에도 불구하고) 수익 면에서는 그렇게 뒤쳐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어차피 소문이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그만큼 사업 수완이 좋기로 소문나 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회사가 자사가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여 최대의 수익을 낸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죠. 하지만 그러한 수익을 내기 위해 기본적인 소비자의 권리와 이용편의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좋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넥슨 게임들이 저연령층을 많이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에 능하지 않은 소비자는 넥슨 게임을 일단 설치하고 나면, 이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제거] 항목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 능한 소비자의 경우에도, [제어판]에서 프로그램 설치/제거 항목을 열어야 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게임을 삭제하려다가 귀찮아서 관둘 확률이 조금은 높아집니다. 이런 것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추측일까요?

기업의 목표를 이윤의 추구라고 하지만, 바로 이러한 '이윤 절대시'의 태도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넥슨의 경우 소비자에게 사소해 보이는 불편함을 주는데 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 사소한 일은 아닙니다. 이윤보다 사람을 뒷전으로 하는 태도가 더 발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른바 잘 나가는 "넥슨"을 모범으로 삼아 이러한 행태를 본뜰 후발 업체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게임 소비자들이 이런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2006-12-25

내년은 FPS의 해?


2006년이 끝나 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올리고 있고, 게임쪽도 예외가 아니군요. 방금 인터넷 스포츠 조선 기사를 보다가 내년을 겨냥하고 만들어지고 있는 FPS의 종류가 3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FPS의 해가 되겠군요.

우리 나라 게임 개발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PC 게임 시장 규모가 한해 300억 규모도 안되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갑자기 엄청난 황금시장이 되었습니다. 대박 신화가 연이어 터졌고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게 되었죠.(뭐 당연한 거지만) 그러다보니 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고 그저 돈 될 것 같으면 우루루 몰려드는 풍조가 생기게 된 거죠.

제가 기억하는 우리나라 게임 개발 경향을 한번 정리해 볼까요? 당장 제시할 데이터는 없습니다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오랫동안 눈여겨 보신 분들이라면 제 이야기가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1996년 겨울 이전에는 우리나라 게임 개발자들이 만드는 게임은 매우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제작된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를 연상시키는 일본식 RPG 였죠. 이 시기 컴퓨터 게임 개발자들이 일본 RPG 를 무척 즐기던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울티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 소위 미국식 RPG를 추구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신검의 전설로 유명한 남인환씨 같은 분이 그런 분이었죠. 여하튼 다양한 장르 속에서 일본식 RPG가 두드러지던 시절이 1996년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1996년이냐구요? 그건 1996년 하반기에 디아블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는 미국시장에서 RPG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었을 뿐아니라(디아블로가 발매되기 전까지 RPG 장르는 미국 시장에서 장기간 불황을 겪었죠) 디아블로가 큰 히트를 치고 난 후, 우리나라 PC 게임은 액션 RPG라는 장르로 획일화되기 시작합니다. 당시에 게임이 나왔다 하면 액션 RPG를 표방했죠. (그 와중에도 창세기전 시리즈처럼 일본식 SRPG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인기를 끈 작품들이 있었지만, 여하튼 나오는 게임마다 액션 RPG를 표방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우르르 망했죠.

그러다가 1997년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습니다. 난리가 났죠. 그리고는 PC 게임이 나오기만 하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우르르 망했죠.

리니지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리니지의 빅히트, 그리고 그전에 바람의 나라가 히트를 치기 전까지 MUG(지금은 MMORPG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머그라고 했죠) 개발사들은 허리띠 졸라매며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돈이 되지 않았기에 회사 내에 따로 홈페이지 개발 외주팀 꾸려서 그쪽 수입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다가 바람의 나라 뜨고 리니지 뜨면서 너도 나도 온라인 RPG 개발에 뛰어들었죠. 하지만 리니지 이후 대박 친 게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뮤(MU)가 3차원 MMORPG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면서 두번 째 대박 신화를 일구어 냈습니다. 그것을 보고는 너도 나도 뮤(MU)를 모델로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뮤를 모델로 했다는 것은 3D에 칼질 - 핵 앤 슬래쉬 - 그리고 아이템 거래 조장이라는 유형을 말합니다. 당시 게임 개발사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템 거래를 조장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하느라 바빴죠) 그리고는 또 우르르 망합니다. (사실 뮤를 따라 하다 망한 게임은 정말 많았습니다. 영향력이 3년은 간 것 같네요)


모두가 뮤를 따라 가느라 애쓰고 있는데 엉뚱한 데에서 대박이 터졌죠. 바로 프리스타일과 카트라이더, 팡야 같은 캐쥬얼 게임입니다. (물론 그 전에 BnB도 있었지만 그 영향력 면에서는 비교가 안됩니다.) 그러자 캐쥬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캐쥬얼 게임이 돈 되는구나') 모두가 캐쥬얼 스포츠 게임을 향해 달려들게 됩니다. 축구(풋살), 테니스, 야구, 등등 전에는 아무도 만들지 않던 스포츠 게임이 2005년에서 2006년에 걸쳐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역시 우르르 망했죠.

그러다가 FPS 신화가 열립니다. 서든 어택이 떠 버린 거죠. 그러자 다시 돈이 FPS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FPS를 만들어 본 적이 있건 없건 너나 할 것 없이 이 장르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화려한(겉만 화려할 가능성이 크지만) 2007년 FPS 시장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FPS 개발자들을 비난하려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시도 자체는 좋습니다. 장르 다변화라는 점도 게임 산업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돈을 쫓아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는 것입니다. 외국의 FPS 노하우, 스포츠 게임의 노하우, 그리고 격투 게임의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줄 아십니까? 여러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실패해 보고, 그리고는 다시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생긴 것입니다. 스포츠 게임 만들면 돈 될 줄 알고 너도 나도 만들었다가 실패하고는 다시는 스포츠 게임 안만듭니다. 그리고 다른 장르 - FPS- 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만약 이 FPS가 실패한다면 또 다른 장르로 돈을 쫓아갈 것입니다. 이런 풍조에서는 어떠한 장르의 게임에서도 발전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계속 겉만 핥다가 경쟁력만 잃게 되겠죠.

내년에 FPS의 시대가 오는 것은 좋습니다. FPS야 말로 3D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이 경향은 게임 개발 기술의 발전을 낳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고 만다면 국내 게임 산업은 상처만 입은 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어떤 장르든 소신 껏 계속 개발하고 노하우를 축적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만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내년의 FPS 열풍에 휩쓸리지 말고 좀 더 경쟁력 있는 장르로 눈을 돌리는 업체가 장기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2006-12-23

XBOX360 보증기간 1년으로 연장(북미)

XBOX360의 보증기간이 3개월이었는데, 이번에 1년으로 연장한다고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이 정책을 적용하겠다는군요. 보증기간에는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있을 때 무상으로 수리해 주는데, 이미 3개월의 보증기간이 지나 유상 수리를 받았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리비를 되돌려주겠다고 합니다. 닌텐도 위(Wii) 등 경쟁 제품의 약진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 권익을 더 생각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XBOX360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 없네요.